10화. 하늘에서 온 콩이 – 소원을 이룬 강아지

image
image

“오늘 만날 친구는… 하린이가 꼭 만나야 할 아이야.”

마루의 목소리가 유난히 부드러웠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작은 놀이터였다.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는 아담한 공간이었는데, 그네 위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치와와였다. 다른 강아지들보다 훨씬 작았고, 어딘지 약해 보였다.

“콩아!”

마루가 부르자 콩이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마루 형아! 그리고… 하린 누나시죠?”

콩이의 목소리는 앳되고 맑았다. 마치 여섯 살 어린 아이 같았다.

“안녕, 콩아. 나 하린이야.”

“와! 드디어 만났네요. 마루 형아한테 누나 얘기 많이 들었어요!”

콩이가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렸다. 하지만 착지할 때 살짝 비틀거렸다. 마루가 얼른 붙잡아줬다.

“콩아, 천천히.”

“헤헤, 미안해요. 제가 아직 많이 약해서요.”

콩이가 하린에게 다가왔다.

“누나, 저랑 그네 타요!”

“그래, 좋아.”

하린이 콩이를 안아 그네에 앉혔다. 콩이는 신이 나서 웃었다.

“누나, 저 생전에는 밖에서 잘 놀지 못했어요.”

“정말?”

“네. 저는… 태어나자마자 아팠거든요.”

콩이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가 저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 수의사 선생님이 말했대요. ‘심장에 문제가 있어요. 길어야 한 달…’ 이라고요.”

하린의 가슴이 아려왔다.

“한 달…”

“네. 그래서 엄마는 저를 집으로 데려왔어요. 그리고 매일매일 저랑 시간을 보냈어요.”

콩이가 그네를 살짝 흔들었다.

“엄마는 회사도 그만두고, 하루 종일 저만 봤어요. 밥도 직접 만들어주시고, 밤에는 제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주무셨어요.”

“엄마가 콩이를 정말 사랑했구나.”

“네! 엄마는 매일 말했어요. ‘엄마가 콩이를 너무 늦게 만났네, 미안해. 그래도 지금이라도 만나서 다행이야’ 라고요.”

콩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저는… 엄마 품에서 딱 3주를 살았어요. 수의사 선생님 말보다 짧았어요.”

“콩아…”

“마지막 날, 엄마가 저를 안고 울었어요. ‘콩아, 엄마랑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 라고 하시면서요.”

콩이가 하린을 바라봤다.

“근데 누나, 저는 아쉬웠어요. 딱 3주만 살다 왔으니까요. 엄마랑 더 오래 있고 싶었어요. 산책도 하고, 공원에도 가고, 미끄럼틀도 타고…”

“그래서 여기서 미끄럼틀을 타는 거구나.”

“네! 여기서는 아프지 않으니까 매일 놀 수 있어요. 하지만…”

콩이가 잠시 말을 멈췄다.

“엄마가 너무 슬퍼하고 있어요. 아빠도, 오빠도요.”

“아빠랑 오빠도 있었어?”

“네. 엄마 뿐 아니라 아빠도 오빠도 제게 잘 해주셨어요.”

마루가 끼어들었다.

“하린아 콩이 가족이 조금 특별해. 얘기해줄래, 콩아?”

“네!” 

콩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엄마 아빠는 제가 오기 전에 많이 싸우셨대요. 오빠 말로는 거의 이혼할 뻔했다고요.”

“그랬구나…”

“근데 제가 왔어요. 엄마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저를 데려왔거든요. 처음에 아빠는 반대하셨대요. ‘지금 우리 형편에 개까지 키워?’ 라고 하시면서요.”

콩이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수의사 선생님한테서 제가 한 달밖에 못 산다는 얘기를 듣고… 아빠 마음이 변했대요. ‘그럼 이 아이한테 한 달이라도 행복을 주자’ 라고 하셨대요.”

“와…”

“그래서 엄마, 아빠, 오빠가 모두 저를 돌봐줬어요. 엄마는 회사 그만두고, 아빠는 일찍 퇴근하고, 오빠는 학원도 빠지고 집에 왔어요.”

콩이가 환하게 웃었다.

“저 때문에 우리 가족이 다시 모였어요. 모두가 저를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비싼 약도 사고, 병원도 다니고…”

“콩이가 가족을 다시 묶어준 거구나.”

“네! 오빠가 그랬어요. ‘콩아, 너 덕분에 우리 가족이 다시 가족이 됐어. 고마워’ 라고요.”

하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지금은?”

콩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가 떠난 후에… 가족이 다시 뿔뿔이 흩어졌어요. 엄마는 너무 슬퍼서 집에만 계시고, 아빠는 늦게까지 일하고, 오빠는 친구 집에서 자고…”

“다들 슬픔을 견디기 힘든 거구나.”

“네… 그래서 부탁하고 싶어요.”

콩이가 하린의 손을 잡았다.

“가족분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해주세요.”

“뭐라고 전할까?”

“엄마한테는… ‘엄마, 저는 정말 행복했어요. 3주는 짧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많은 사랑을 받은 3주였어요. 엄마 덕분에 저는 사랑이 뭔지 알았어요’ 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아빠한테는?”

“아빠, 처음엔 저를 반대하셨지만, 나중에는 제일 많이 안아주셨어요. 아빠 품이 제일 따뜻했어요. 고마워요.”

“오빠한테는?”

“오빠! 저 때문에 학원 못 간 거 미안해요. 하지만 오빠가 매일 제 옆에서 책 읽어준 거, 평생 기억할게요. 오빠 목소리가 제일 좋았어요.”

콩이가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 말했다.

“그리고… 세 분께 다 같이 전해주세요. ‘콩이 덕분에 다시 모인 가족, 콩이 때문에 다시 흩어지지 마세요. 콩이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게 제일 좋았어요’ 라고요.”

“콩아…”

“누나, 그리고 이것도 전해주세요.”

콩이가 주머니에서 작은 사진을 꺼냈다. 가족 사진이었다. 엄마, 아빠, 오빠가 함께 콩이를 안고 웃고 있는 사진.

“이 사진이 제 소원이었어요. 가족 모두가 함께 웃는 사진. 제가 떠나기 하루 전에 찍은 거예요.”

“정말 행복해 보이는 사진이네.”

“네!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말해주세요. ‘콩이의 마지막 소원은 가족이 행복한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웃어주세요’ 라고요.”

하린이 콩이를 꼭 안아주었다.

“콩아, 넌 정말 작지만 마음은 너무나 넓은 아이야. 네 가족이 얼마나 자랑스러워할지 몰라.”

“정말요? 그럼 우리 가족이 다시 행복해질까요?”

“응, 분명히 그럴 거야. 콩이가 남긴 사랑 때문에.”

콩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는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다.

#난치병강아지 #콩이3주 #심장병치와와 #이혼위기가족 #가족재결합 #유기견입양 #마지막소원 #가족사진 #짧은생명 #사랑의기적

위로 스크롤